간사이 공항을 나오자 마자 후두둑 쏟아지는 비에 한 손엔 캐리어를 한 손엔 우산을 들고 기숙사를 찾아가는 것으로 3주의 오사카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사카의 북부 지역인 Esaka 역 근처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앞으로의 생활에서 집이 되어줄 도미토리는 공동화장실, 샤워실, 식당을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실용적인 공간의 구성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논문학기를 앞두고 있던 나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지만 동시에 학생으로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감사히 생각하며 오사카 대학에서의 CAMPUS Asia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학제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학교답게, 오사카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하여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과 프로그램이 많았다.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여 가기 전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실제로 가 본 오사카 대학 역학 연구실의 구성원 중 1/3 가량이 외국에서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일본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배려 덕분에 체류기간 내내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의사소통의 어려운 점은 없었다. 특히, 일본으로 출발하기 이전부터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거주하는 일정의 전반에 대하여 Liu 튜터와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방학중의 오사카 대학 Suita 캠퍼스 교정은 조용했지만 우리를 위해 짜인 CAMPUS Asia 프로그램은 평일부터 주말까지 쉴 틈 없이 알찬 스케줄이었다. 우리는 오사카 대학의 교수님 및 박사후과정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문화적 특성은 다를지라도 같은 아시안 인종이기 때문에 질병에 있어선 비슷한 특성을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질병의 유병이나 발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새로웠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흔하지 않은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들로 인구집단이 고통을 받고, 또 이를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알게 되고 나니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내에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는데, 특히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위험한 환경을 감수하고 여전히 그 곳에서 자신의 일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학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인구의 무게 중심이 고령화로 이동한 나라이기 때문에 실제로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이 주요 질병부담의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의 ‘유병장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질병부담에 있어서 일본의 상황을 꼼꼼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 대학에서는 일본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논문이 많이 게재되고 있는 CIRCS (Circulatory Risk in Community Study), JACC (Japan Collaborative Cohort Study), JPHC (Japan Public Health Center Study) 등의 코호트를 운영중에 있다. 이는 내가 속해있는 연세대학교 역학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호트와도 유사한 점이 있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오사카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한일 양국간의 코호트를 사용하여 새롭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주중 대부분의 시간은 강의를 듣거나 토의를 하고, 또 우리가 한국에서 연구하였던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사카 대학 측에서는 우리를 위해 주말마다 오사카 근교를 일본인 학생인 Kanami와 함께 관광할 수 있도록 가이드로 지정해주었는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우리는 고베와 나라를 여행책과 지도 없이 다닐 수 있었고,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일본의 문화를 편견없이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Liu와 Kanami를 포함한 오사카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일본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참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일본 중에서도 간사이 지방은 이미 여러 번 가 본 곳이기 때문에 사실 특별함이나 새로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본 일본의 모습이 얼마나 단면적이고 편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간들이었다. 관광만 했던 오사카와 직접 살아본 오사카가 달랐다기 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지냈던 순간들이 그 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일본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는데 단순히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 아니라 미래에 같은 연구를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은 느낌이었다.
3주간의 경험은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고, 학생으로서 CAMPUS Asia의 취지에 맞는 실질적인 무언가를 함께 하기에는 양적으로 부족함이 있었다. 연수기간 내내 사무국 선생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우리학교에선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파견 학생에게 필요한 서류나 지원되는 범위 등에 대한 고지가 미리 있었다면 준비과정이 더 쉽고 명확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 부분은 나에게도 좀 아쉬운 부분인데 연수기간 중에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파견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그 나라의 언어를 미리 공부해간다면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단기연수였지만 학부생에 비해 비교적 유학이나 교환학생의 기회가 적은 대학원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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